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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체코

체코의 소도시 여행,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ary)

by 최잔잔 2022.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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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천수를 마시며 산책하는 여행지

체코를 여행하는 관광객에게 프라하 못지않게 사랑받는 도시가 있다면, 14세기에 발견된 온천 도시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ary)가 아닐까 싶습니다. 체코 근교 여행지로 인기가 많고 하루면 다 돌아볼 정도로 도시가 작아서 치유를 위해 반드시 온천욕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프라하에서 당일치기하는 여행객도 많습니다.

 

이 그림 같은 온천 도시는 영화 <프라하의 봄>에 등장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습니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이 아니라 치유를 위해 공짜로 마시면서 도시를 여행할 수 있는 온천이라는 것입니다. 도시를 걷다 보면 대부분의 여행객이 작고 귀여운 주전자 모양의 컵을 들고 다니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온천수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곳곳에 있는데 각자의 컵에 공짜로 온천수를 마시며 도시를 돌아보는 게 이 도시 여행의 가장 큰 묘미입니다. 그래서인지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ary)는 도자기와 모저(Moser)라고 불리는 유리잔이 제품이 유명합니다. 기념품 가게마다 온천수를 마실 수 있는 독특한 컵을 판매하며 모양과 디자인이 다양합니다.

 

200 코루나 정도에 컵을 구매하면 현지에서 마음껏 온천수를 마실 수 있고 집에 가져가면 예쁜 기념품이 되니 진정한 일석이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 온천수를 마시면 흙탕물 맛도 나고 물에 철가루를 넣어 소금으로 간을 한 듯 오묘한 맛도 나지만 몸에 좋다고 하니 마시다 보면 적응은 되는 느낌입니다.

 

물의 온도도 다양한데 미지근한 30도, 적당히 뜨거운 50도, 식혀마셔야 하는 70도가 있으며 물 마시는 방법은 주전자를 닮은 컵에 뾰족한 주둥이에 입을 대고 담배 파이프를 빨 듯 마시면 됩니다.

 

온천 도시 카를로비 바리

황제가 사랑했던 온천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온천 휴양지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ary)는 테플라(Tepla) 계곡 깊은 곳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온천 용출량에 있어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카를 4세가 사냥 도중 물에 빠진 사냥개를 구하고 보니, 개가 화상을 입어 온천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온천의 효능에 빠진 카를 4세가 자신의 이름을 딴 카를로비 바리(카를의 온천)이라는 이름을 짓고 온천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온천의 의학적 효능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16세기 무렵부터 이 도시에 본격적으로 크고 작은 온천이 개발되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200개가 넘은 온천이 개발되었고 1700년 후반에는 건강 휴양지로 유럽 내에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카를로비 바리(Karlovy Vaary) 중심가에는 시내를 거슬러 올라가는 방향으로 12개의 광천지가 늘어서 있는데 온천 수온도 다양해서 위로 올라 갈수록 물이 뜨거워집니다. 강물에서 하얗게 김이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철분이 가득 섞인 강물은 연한 검은빛을 띠고 있지만 수질은 1 급수를 자랑합니다.

 

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대형 호텔과 온천이 아주 많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은 브리들로(Vridlo)라는 온천으로 최고 온도 72도의 물이 지하 300m에서 솟아오릅니다. 이곳의 온천은 탄산, 염수, 알칼리 성분이 고르게 풍부해 간장 장애와 소화기 계통 질환에 특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19세기부터 각국의 왕족과 귀족, 저명인사들이 요양을 위해 이곳을 찾았고 톨스토이, 괴테, 브람스, 모차르트도 자주 이곳을 찾았다고 합니다. 방문 시기에 따라 각종 콘서트와 문화 행사들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며 최근 들어 위상이 높아져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도 매년 개최되고 있습니다.

 

 

 

카를로비 바리 풍경

카를로 비바리 걸어서 돌아보기

마을 입구에는 아기자기한 분수와 아담한 정원에 수많은 꽃송이로 오늘의 날짜를 표시한 화단이 여행객을 맞이 합니다. 어디를 가나 꽃밭이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정원같이 화사한 느낌이 듭니다. 마을 중심에 들어서면 길게 흐르는 강줄기가 나오는데, 군데군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습도 인상적입니다.

 

물가를 따라 걷다 보면 푸른 잔디가 펼쳐지고 총 천연색 꽃들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 옆으로 오래전 어느 귀족이 탓을 법한 마차가 또각또각 지나가면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강가에는 멋진 카페와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이 늘어서 있는데 음악에 맞춰 왈츠를 추는 로맨틱한 카페들도 있습니다.

 

홀짝홀짝 귀여운 컵에 온천수를 마시며 강을 따라 끝까지 올라가다 보면 싱그러운 숲이 우거진 한적한 길이 나옵니다. 산책하기도 좋은 이 숲 속에는 산 위로 올라가는 산악 전차 매표소가 있는데 카를로 비바리에서 가장 전망 좋은 레스토랑이 있는 정상에 오를 수 있습니다. 꼭 식사를 하지 않아도 전망대에서 기념사진도 촬영하며 마을의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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