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억새가 아름다운 산굼부리
깊은 가을날 황금빛으로 춤추는 산굼부리는 더없이 매력적입니다. 제주에서 제일 멋지게 자란다는 억새가 바로 이곳입니다. 이른 봄에는 민둥 오름의 모습이지만 가을이 되면 억새에 홀려 걷게 됩니다. 천천히 10분도 되지 않는 길을 따라 정상에 오르면 억새는 사라지고 거대한 분화구가 보이고 이곳이 산굼부리였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다.
`굼부리'는 화산체의 분화구라는 의미를 가진 제주 방언입니다. 전체 둘레가 2km가 넘는 거대한 분화구는 한라산의 백록담보다 넓고 깊습니다. 산굼부리의 화산구는 한국에서도 유일하고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마르형 화구입니다. 백록담의 깊이가 115m라는 것과 비교해 보면 산굼부리는 117m 이므로 섬 안에서 가장 깊은 곳입니다.
30만 제곱미터에 달라는 넓은 분화구는 상록수와 낙엽수, 난대성, 온대성 식물은 물론 겨울딸기와 같은 희귀한 식물들까지 다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보기 드는 생태계 식물원입니다. 억새를 보며 가을을 느끼려고 왔다가 더 많은 계절을 보게 됩니다. 재미있는 이야기 중 하나는 분화구 안에 흘러든 물은 땅으로 스며들어 교래리에 있는 삼다수 공장으로 간다고 합니다.
제주 오름의 여왕, 따라비오름
따라비오름을 올라가는 길에 서 있는 표지판에는 이곳을 제주 오름의 여왕이라고 설명해 놓았습니다. 제주에는 무려 이름을 가진 것만 360여개의 오름이 있는데 그중에 여왕님 이라니 더 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싶습니다. 따라비오름을 오르다 보면 곳곳에 방목한 말들이 너무 여유로워 보입니다.
나무 계단으로 된 오름 트레일을 따라 20분 정도 오르다 보면 탁트인 시야를 만나게 됩니다. 억새로 뒤덮인 모습이 그야말로 장관인 곳으로 가을에 꼭 올라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교래리의 길과 땅의 경계를 표시하기 위해 심어놓은 삼나무 길이 눈에 띄게 아름답습니다. 저 멀리 우도와 성산일출봉, 한라산의 가을까지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 속에 아무렇기 않게 놓인 풍력 발전기들도 나름대로 자연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경을 더 해줍니다. 3개의 분화구 능선이 아름다운 곡선을 이루고 있는 둘레길을 따라 걸으면 바람에 넘실거리는 억새들이 제주의 가을에 푹 빠져들게 만듭니다. 따라비오름만 올르고 내려가도 제주의 가을을 다 본듯합니다.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거문오름은 하루 방문 인원을 제한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사전 예약이 필수인 곳으로 제주도로 주말여행을 계획했다면 미리미리 서둘러 예약을 해야 합니다. 숲이 너무 깊고 기운이 음산하여 `검게 보인다'는 의미의 거문오름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거문오름은 깊고 아늑하게 느껴집니다.
해설사와 함께 곶자왈의 숲을 지나고 넓은 들과 연덕을 지나 삼나무 트레일을 따라 오르내리며 숲을 탐험합니다. 드넓은 분화구 속을 걸어보고 용암이 지나간 오래된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는 변화무쌍하고 신비로운 오름입니다. 거문오름에서 긴 여행이 끝나고 나면 다른 계절에도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답니다.
바람과 악수하는 제주 삼나무길
교래리에서 비자림까지 이어지는 1112번 도로에는 삼나무길이 있습니다. 왕복 2차선 도로 양옆에 늘어선 거대한 삼나무 침엽수림이 환상적인 곳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에 해안가보다 더 아름다운 드라이브코스라고 생각됩니다. 창문을 열고 가을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드라이브를 하면 너무 낭만적인 곳입니다.
겨울에는 삼나무에 하얗게 눈이 내리면 동화 속 세상처럼 더 아름답습니다. 가을 바람을 타고 드라이브도 추천하지만 겨울도 포기할 수가 없는 곳입니다. 1112번 도로에 붙어 있는 사려니 숲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 도로를 찾는 여행자들이 더 많아져 한적함은 조금 사라졌지만 이른 시간에 가면 여전히 고요하고 아름답습니다.
가을 제주 속 기차여행, 에코랜드
빨간색의 귀여운 증기 기관차가 다니는 에코 랜드는 입장료가 조금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편안하게 제주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아기와 부모님이 있는 여행객에게 특히 추천합니다. 100만 평의 너른 숲 속에 아기자기한 기차를 타고 달리다가 역마다 내려서 돌아볼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얘기만 들으면 그냥 놀이동산 아닌가 싶겠지만 막상 돌아보고 나면 그다지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우선, 곶자활을 달리는 이곳의 증기기관차는 1800년대 볼드윈 기종을 모델로 영국에서 수제로 제작하여 들여온 귀한 기차입니다. 천천히 달리는 멋스러운 기차를 타고 곶자왈 숲을 달리는 것만해도 이곳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단순한 테마파크가 아니라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제주의 허파' 곶자왈을 간직한 곳을 걸을 수도 있으며 운이 좋으면 고라니와 사슴을 만날 수 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역마다 다른 이국적인 풍경과 배를 타거나 산책할 수 있는 호수와 넓은 들판까지 다양한 경험을 할수 있는 멋진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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