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체코

걷기 좋은 프라하의 보석 같은 거리

by 최잔잔 2022. 9. 18.
반응형

이야기가 있는 거리 황금 소로(Golden lane in Prague)

프라하 황금소로

카프카의 작업실이 있어서 더욱 유명한 황금 소로는 프라하성 안에서 가장 작고 예쁜 거리로 유명합니다. 파스텔 톤에 동화책에 나올 법한 색감의 작은 집들이 아기자기하게 늘어서 있습니다. 성 비 슈트 대성당에서 동쪽으로 발길을 옮기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15채 정도의 작은 집이 전부이지만 프라하 성 만큼 인기가 많고 흥미를 유발하는 곳입니다. 황금 소로는 16세기 후반에 성을 지키던 이들의 숙소로 사용되다가 17세기에 연금술사와 금 세공인들이 이주해 오면서 황금 소로라는 애칭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하지만 프라하의 빈민들과 부랑자들이 이곳에 몰려들어 빈민가로 전락하면서 국가 소유가 되었습니다. 그 후 개인에게 집들을 임대해 주었는데 카프카의 누이가 이곳에 들어왔고, 누이 집에 놀러 왔던 카프카가 눌러앉아 작업하던 곳이 바로 파란색으로 칠해진 22번지 집입니다. 이곳에서 카프카는 프라하 성을 모티브로 한 작품 <성>을 비롯한 수많은 단편을 집필했습니다. 지금은 카프카의 서적과 기념품을 살 수 있습니다.

 

현재 이 골목길의 대부분의 집들은 기념품 판매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보헤미안 크리스탈, 목각 제품, 시계, 마리오네트, 악기와 인테리어 장식품 등 프라하만의 독특한 상품들이 많아서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19번지 집은 하벨 대통령의 전부인이 세운 <올가 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판매된 제품들은 불우 이웃 돕기를 위해 쓰이고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집들이 다 기념품샵은 아니며 일부는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전시장으로 시간 여행을 온 듯 한 느낌을 줍니다. 황금 소로에 오면 대개 1층 집만 둘러보고 가는 경우가 많은데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더욱 흥미롭습니다. 촘촘하게 집들을 연결한 통로가 복도처럼 길게 연결되어 있고 좁은 통로에 희미하게 스며드는 불빛은 마치 다락방에 올라온 듯하여 당시에 소박한 일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황금소로를 빠져나오면 바로 프라하성의 뒷문으로 연결되는데 이곳에서 가파른 계단을 만나게 됩니다. 계단을 따라 말로스트란스카 광장까지 내려가는 가파른 골목길도 몽마르트르를 연상시킬 만큼 이색적입니다. 기념품과 엽서를 판매하는 젊은 예술가들과 거리의 악사들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서서 길 전체가 이야기가 있는 하나의 드라마 같다는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체코 시인의 이름을 딴 네루도바 거리(Nerudova Street)

흐라드차니 광장에서 성 미쿨라쉬 교회가 있는 작은 광장으로 이어지는 좁은 길을 올라가다 보면 19세기 체코의 낭만주의 시인 얀 네루다(Jan Neruda)의 이름을 딴 거리가 나옵니다. 이곳은 독특한 문양이 새겨진 장식물이 건물 출입문마다 붙어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집집마다 번지수를 매기는 방법이 도입되기 전인 1770년까지 이곳 사람들이 자신의 집을 표시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특이한 장식이 주소 역할을 한 셈입니다. 대개 자신의 직업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서 거리의 분위기를 독특하게 만들며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습니다. 

 

시선을 사로 잡는 장식품을 감상하며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붉은 독수리, 세 개의 바이올린, 녹색 가재 등의 특이한 문장들을 볼 수 있는데 대부분 카페나 기념품 가게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거리 이름의 기원이 된 <얀 네루다>의 생가도 있으며 그곳에도 두 개의 태양이 담긴 독특한 장식품이 붙어 있습니다.

 

이 거리에는 헨스 케인 궁전과 모르진 궁전이 있는데 웅장한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져 멀리서 보아도 화려함을 자랑합니다. 모르진 궁전의 발코니를 받치고 있는 두 개의 거대한 무어인 조각상은 여행객들에게 사진 촬영지로 가장 인기가 많은 곳입니다. 

 

프라하 존 레논 벽

존 레논 벽 (John Lennon Wall)이 있는 거리 

비틀즈의 멤버였던 존 레넌이 암살당한 1980년부터 체코 공화주의가 붕괴된 1989년까지 억압되었던 젊은이들은 자유를 열망하며 몰타 대사관 벽에 비틀스의 노랫말과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낙서와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존 레넌의 명곡 Imagine은  냉전을 협오하고 평화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겐 상징적인 노래였고 국경을 넘어 체코의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30m가량 이어지는 벽면에는 그림과 글씨들이 빼곡하게 채워졌는데, 대사관은 치외 법권이라서 체코 정부가 낙서를 지울 수 없었고 자유와 평화를 열망하는 낙서가 모여 오늘날의 존 레넌 벽이 되었답니다.

 

지금은 전 세계인이 낙서하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연인들은 사랑의 자물쇠를 걸고 미래를 약속하는 관광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체코 시민들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의미가 존 레넌 벽 깊은 곳에 담겨있습니다.

반응형

댓글